대형을 기다리며

며칠 전 동갑내기 고등학교 동창인 웅준과 완기와 함께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예전에는 정말 여자는 다 외계인인줄 알았어'류의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고등학교 시절에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성친구를 대할 때 하기 쉬운 착각들, 막무가내인 어른들을 상대하는 법, 어렸을 때 해 두면 좋았을 것들(공부 말고), 등등. 지금 다시 10년전, 20년전으로 돌아가면 정말 잘 할 수 있을것 같은 아쉬움과 함께, 왜 아무도 이런걸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지 하는 원망스러움을 느꼈다.

교과과정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삶의 지혜들을 가르쳐야 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수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선입견과 집착이 좋은 충고를 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 이삼십년씩 나는 세대차이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겐 조금 나이차가 덜 나고, 말이 더 잘 통하고, 부모님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형이 필요하다. 적게는 한 두 살에서, 많게는 띠 동갑에 이를 정도의 나이차가 나는 형들이 아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서구화되기 이전에는, 그런 형들이 어디에나 있었다. 식구가 많으니 친형들도 많았을 것이고, 사촌, 팔촌들도 다 모여서 살았을테니까. 또 동네 사람들끼리 다 알고 지내니 근방에도 많은 형들이 있었으리라.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 시달리지 않았을테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많았을거다. 요즘엔 어떠한가? 그 많던 형들은 더 이상 찾기 힘들게 되었다.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은 부모님과, 친형제와, 동갑내기 친구들로 줄어들어버렸다. 형들의 빈 자리에는 티비 광고와,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이 들어서버렸다.

형들이 없어져 버린것도 가슴아픈 일이지만,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는 지혜의 양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더욱 더 문제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아직 젊은 세대들은 묻고 또 묻지만, 답을 모르는 것은 이전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지혜가 사라진 가운데, 젊은 세대가 소위 말하는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질문하지 않는 법, 권위에 순종하는 법, 튀지 않는 법,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고 그저 규격대로 사는 법이다.

우리는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더 나이가 들어서 너무 어른이 되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대형을 자처할 생각은 없다. 다만 10년 전 - 1997년이면 막 수능 시험을 보고 졸업을 앞둔 고3이다. - 의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생각이다. 절대로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실례를 중심으로 써야겠다고 생각중이지만 정작 요즈음의 고등학생들이 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하고 도움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래도 이렇게 시작하다보면, 언젠가는 여기저기 숨어있는 대형과 왕언니들이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p.s.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봅시다.

by 영환 | 2007/12/11 15:17 | 트랙백 | 덧글(19)

You needed me

I cried a tear
You wiped it dry
I was confused
You cleared my mind
I sold my soul
You bought it back for me
And held me up and gave me dignity
Somehow you needed me.

You gave me strength
To stand alone again
To face the world
Out on my own again
You put me high upon a pedestal
So high that I could almost see eternity
You needed me
You needed me

And I can't believe it's you I can't believe it's true
I needed you and you were there
And I'll never leave, why should I leave
I'd be a fool
'Cause I've finally found someone who really cares

You held my hand
When it was cold
When I was lost
You took me home
You gave me hope
When I was at the end
And turned my lies
Back into truth again
You even called me friend

You gave me strength
To stand alone again
To face the world
Out on my own again
You put me high upon a pedestal
So high that I could almost see eternity
You needed me
You needed me

by 영환 | 2007/07/30 17:28 | 예전 글들 | 트랙백 | 덧글(4)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단다.
하지만 춤을 추는 고래가 정상일까?

by 영환 | 2007/06/06 03:54 | 예전 글들 | 트랙백 | 덧글(3)

다시 초강추: 평화에 이르는 길

Anatomy of Peace!

시니컬한 시선으로 보자면,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이다. 지금까지 나온 Arbinger 에서 나온 다른 책들, Bonds that make us free 와 Leadership and Self-Deception 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는 '박스' 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달리 부르는 말일 뿐이다. 세상에 선입견이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그럼에도 이 책은 정말 내게 특별하다. Bonds that make us free도 정말 특별한 책이고, Leadership and Self-Deception 도 읽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으니 이제 좀 질릴 만도 한데, Anatomy of Peace를 읽으면서 앞의 두 권을 읽을 때 못지 않게 감동하고 놀랐다. 세 권은 어떻게 다를까?

Bonds that make us free는 두껍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관계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고 하기는 하는데, 아직까지 파는 곳을 못찾았다. 우리나라에서 별로 팔리지 않고 절판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권했을 때 반응은 영 시원치 않더라.

Leadership and Self-Deception을 봤을 때, Arbinger가 굉장히 노련한 사업수완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Bonds that make us free의 실패(비록 나름대로 많이 팔리기는 했고, 열광적인 지지층을 만들기는 했지만)를 잘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책이 놀랍도록 얇다. 자그람이라는 가상의 회사에 새로 부임한 한 임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우화' 형식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 한참 리더쉽과 자기관리와 관련된 책들이 잘 팔리던 무렵에 '리더쉽 관련 서적'의 탈을 쓰고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책 뒤표지에 있는 성공하는 사람의 일곱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와, 하바드 비지니스스쿨의 모 교수로부터의 찬사 덕분일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상자안의 사람, 상자밖의 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나왔다가, '내 안의 상자를 깨라' 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가, 지금은 '리더쉽과 자기기만' 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시 나왔다. :)

Anatomy of Peace는 전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격인 Lou는 사실 전작에 나오는 가상의 회사, 자그람의 창업자로, 시간상으로는 Leadership and Self-Deception 보다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다루고 있다. 상당수의 등장인물들이 겹치기 때문에 시리즈의 팬 입장에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전작에서 온화하기가 맥도날드 아저씨 못지 않은 Lou가 사실은 얼마나 다혈질이었는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전작에서 한 명의 주인공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는 여러명의 참가자가 동시에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일련의 등장인물들이 이틀간 세미나에 참가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이다. 독자가 읽다가 화날만한 부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대신 화를 내주고, 독자가 궁금해할만한 부분은 등장인물들이 질문해주고, 또 독자가 감동할 만한 부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눈물을 흘려준다. 단순히 박스는 나쁜것이여! 선입견을 버려야혀! 넌 스스로 선입견따윈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니가 선입견 덩어리여! 라고 백번 말해봐야 그 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Anatomy of Peace가 쓰여진 방식, 즉 여러명의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변화해가는 모습의 우화 형식은 이 난제를 단칼에 풀어버린다. Arbinger가 제공하는 다양한(그리고 비싼) 프로그램들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만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까닭에 얼마나 팔릴지는 좀 미지수이다. 제목에 성공, 승리, 노하우, 비결, 죽기전에, ~해라, 있다, 없다 등등의 말이 들어가지 않고서야 책이 팔리질 않는 요즈음에 '평화'라니 사람들에게 어필하기엔 너무 온건하고 약한거 아닌가.

당신에게 이 세권의 책이 모두 처음이라면, 바로 Anatomy of Peace를 읽기를 추천한다. 특별히 경영과 팀웍에 관심이 있다면 Leadership and Self-Deception 부터 시작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Bonds that make us Free는 두 권을 읽고 나서 충분히 감동을 받은 후에, 무언가 다양한 사례와 자세한 분석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무슬림이든 관계없이) 이 책들을 읽으면서 깊은 종교적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Anatomy of Peace는 미국의 몇몇 교회의 소규모 그룹에서 교재로 사용되어 아주 좋은 반응을 받았다고 하더라. 자기기만과 인간의 자유의지, 그리고 신의 사랑에 대한 연결고리를 더 찾고 싶다면 역시 Conversation with God 1권과, 같은 저자의 Communion with God 을 추천 또 추천.

근본적으로, 내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사실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닐까? 이런 저런 책들로, 또 계기들로, 타인들과 화해하고, 부러진 관계들을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부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위하듯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보살피는 기회를 갖기를. 모든 인관관계에 대한 통찰들은 나와 나자신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타인과의 갈등은 사실 나 자신과의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요즘들어 더 확신을 갖고 믿게 된다. Liberated Parents and Liberated Children을 읽을 때도 그랬고, Arbinger의 책들을 읽을 때도 그랬다.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해온 방식을 돌이켜보며 한 방 얻어맞고, 똑같은 잣대를 내가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 적용해 보고 또 한방 맞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나의 관점의 '대상' 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것 아닐까. 온갖 집착과 의미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대상보다, 그 대상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나 자신의 본질에 더 가까운건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by 영환 | 2007/05/17 08:23 | 예전 글들 | 트랙백 | 덧글(5)

초강추

평화에 이르는 길
The Anatomy of Peace
제목이 좀 거창하긴 한데, 정말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

아마존에 올라온 독자들의 찬사(대충 번역...):

마침내 제시된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들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방법.
인생을 바꾸는 책.
난 이책을 '해결사' 라 부른다.
어떻게 하면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메시지
평화는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생각거리.
대박!
읽고 또 읽어야 할 책.
환상적.
제발 당신 자신과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읽으세요.
인생을 바꾸는 책. (또 다른 사람)
이 세상엔 평화가 필요하고, 이 책에 그 방법이 있다...
한 권 사서 보고, 당신의 모든 친구들과 적들에게 돌려라.
효과 직빵.
...

by 영환 | 2007/05/16 04:30 | 예전 글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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